
가끔 주변에서 묻는다.
"개발자는 저 많은 언어를 진짜 다 할 줄 알아요?"
그럴 때면 문득 2007년이 떠오른다. 개발자로 첫발을 내디뎠던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AI도 없었고, 유튜브 강의도 흔하지 않았다. 책 한 권 붙들고 씨름하거나,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를 뒤져가며 겨우겨우 문제를 해결하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기술이 넘쳐나지도 않았다. 오히려 무엇을 배워야 할지보다 어떻게 배우느냐가 더 중요했던 시대였다.
Java 개발자로 입사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첫 직장은 Java 개발자로 입사했다. 그런데 막상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보니 ASP.NET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Java를 공부해서 들어왔는데 C# 코드를 보고 있었고, SQL Server를 만지고 있었으며, IIS 설정을 배우고 있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선택권은 없었다.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되었고, 일정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결국 낮에는 개발하고 밤에는 공부하면서 하나씩 익혀 나갔다. 돌이켜보면 개발 인생의 대부분이 그랬다. 내가 배우고 싶었던 기술보다 프로젝트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먼저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씩 익힌 기술들이 어느새 경력이 되었다.
등장한 기술보다 사라진 기술이 더 많이 기억난다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개발자로 살아오면서 정말 많은 기술을 만났다.
ASP, ASP.NET WebForms, Flash, ActiveX, Silverlight, jQuery 중심의 웹 개발, JSP, Struts, Spring Framework, 전자정부프레임워크...
당시에는 당연했던 기술들이 어느 순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때는 업계를 뒤흔들던 기술이 몇 년 뒤에는 유지보수 시스템에서만 겨우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어떤 기술이 최고인지 크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금 인기 있는 기술도 언젠가는 다른 기술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정신 차려보니 언어보다 경험이 남아 있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돌아보면 Java, ASP.NET, C#, JavaScript, SQL, HTML, CSS, JSP, Spring Framework, 전자정부프레임워크, MyBatis, Oracle, MariaDB, Linux, Tomcat, Docker, Jenkins, Python, Git, Maven, AWS, Redis, Kubernetes, React, Vue 그리고 .... 그외 수많은 솔루션과 프레임워크를 거쳐 왔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기술도 있었고, 조용히 사라진 기술도 있었다. 밤새 장애를 처리했던 기억도 있고, 수백 페이지짜리 제안서를 작성했던 기억도 있으며, 오랫동안 운영된 시스템의 소스코드를 분석하며 며칠을 보낸 적도 있었다.
이제는 언어 하나를 더 안다고 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 보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필요한 기술을 빠르게 익혀 해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2007년에 시작한 개발자의 공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기술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개발자는 특정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며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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