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첫날은 저녁에 첫 식사를 했다. 식단은 평범한 병원식.

치질수술을 하면 대부분 고춧가루가 든 자극적인 반찬을 안먹는다 하던데

이 병원은 빨간반찬도 나온다. 치질수술 말고도 입원하는 사람이 있어서일까?

병원밥이 맛이 없다는 후기가 있었는데 나는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가져다 주시면서 쾌차하시길 바란다는 말을 늘 하셨는데 그 말이 참 고마웠던..)

 

그리고 저녁식사를 마치고  잘 준비를 하며 두렵지만 가야 하는 그 길을 생각했다

 

그것은 바로, 첫 배변.

두둥!

다들 칼이 나오는 기분이라느니 고통스럽고 아프고..등등의 미사여구를 쓰는 그것.

 

사실 난 고통스러운 배변이란것을 훗배앓이를 할때 이미 경험했다

{출산을 한 여성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훗배앓이가 심한 편이었고

배변을 할때면 장기내부를 칼로 헤집고 다니는 그 고통이 끔찍해서

밥이고 미역국이고 뭐고 안 먹고 싶었다. 뭐 그런것일까?

 

그러나 보통 수술 다음날 한다는 배변.. 나는 장에서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준비해간 유산균이며 식이섬유를 먹었지만 말이다

그래, 수술전날밤 늦게 배변을 했고 하루종일 먹은게 없으니 당연하겠지

응가도 어느정도 식사량이 쌓여야 나올수 있겠지 하고 느긋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도 아팠기에 사실 내일 변을 보는 것도 좋을거라 생각했다. 혹여 찣어질까봐.

 

 

금요일에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수술을 했고

일요일이 되자 많이 퇴원 했다.

아니, 토요일에 퇴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 사람들은 안아플까?

아프겠지 왜 안아플까..하지만 생업이 있겠지..

아프다고 하루 더 있을수 있는 내 여건에 감사했다.

 

다음날 7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식이섬유와 유산균을 먹고

간식으로 미리 사온 사과를 먹었다(내가 사과를 좋아하기도 하고 사과는 식이섬유가 많으니까

가져온것) 그리고 대망의 첫 소독을 하러 갔다

 

3층 간호사실 옆에 회복실이 있는데(아마 수술하러 가면 그곳에서 혈관주사를 놓아줄것이다)

그 앞에 사람들이 서 있고 한번에 서너명 정도가 들어가서 그 자세(옆으로 새우처럼 누워 응꼬를...)

로 눕는다. 그럼 담당 수술 선생님이 들어와서 소독을 해주는데 나를 수술한 그 선생님은 바빴다

그래서 나는 다른분이 소독을 해주었다. 수술 잘됐네요 하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그말과

거즈로 환부를 한번 쓱 문질러 주는 것으로 끝.

 

정말 이 의사선생님 만나기 힘들구나, 하긴 그는 진료와 수술의 사이의 어딘가에서 바빠보였으니.

수술전에도 상세한 상담은 못했고(수술을 갑자기 결정) 수술당일에도 다른 의사에게 항문초음파나

기본 검진을 받아서 수술을 어떻게 할지는 얘기듣지 못했다.

 

 

무통주사를 누르면서 병원내부를 20분정도 걸었다

걸어야 회복이 빠르고 응가도 잘 나온다고 하니까

 

이 병원은 옥상에 잘 꾸며진 정원이 있는데 나가보니 연산자이며 일동미라주며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추운 겨울이었으나 옥상바닥은 인조잔디가 깔려있고

신경써서 갖다놓은 소품들이 있어 계절을 잠시 잊었다

하지만 춥긴 추워서 오래 있진 못했다.

자리에 누워 치질수술 후기를 검색했다. 정말 많은 후기들이 있더라..

다들 비슷하게 수술하고 비슷한 고통에 비슷한 기분들이 드는 구나.. 싶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까지도 소식이 없었고 배변소식을 물어보던 간호사는

아무래도 아프고 출혈이 있으니 첫 배변은 병원서 보는게 좋다며

'듀파락 이지' 라는 네모난 겔을 가져다주었다

성분을 보니 갈락토오스 어쩌고 되있었는데 맛은 조금 연한 연유맛이랄까

그 약을 먹고 조금 지났을까..소식이 왔다.

 

그러나 화장실에 앉아도 쑥, 나오진 않았고 변의가 드는 것만으로도 응꼬는 아팠다.

좌욕을 하다가...갑자기 소식이 왔고 황급히 치우고 변을 보았다.

설사에 가까운 변이었다. 그리고 응꼬는 아팠다. 무통주사를 누르고 뒷처리를 하고

다시 좌욕을 하고 연고 바르고 거즈를 붙인후 자리에 누웠다.

(어떤 상태에서 어떤 수술을 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훗배앓이 그때보단 덜아팠다

하지만 덜 아픈거지 안아픈건 아니다. 무통주사를 막 눌렀을 정도로 아픔은 분명히 있다)

 

아, 다음에는 변보기 전에 미리 시간맞춰서 무통을 눌러야지!

이런 생각과 드디어 변을 봤다는 그런 시원함으로..

내일은 퇴원이다. 돌아가서 해야할 일들과 누가 나에게 지금처럼 삼시세끼

다른 식단으로 밥을 차려줄까 하는 생각으로 내일 밥을 정말 잘 먹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날, 약을 받고 무통주사를 뺐다

리필할까 하다가..관리가 어려울것 같아서 그냥 뺐다

대신 퇴원직전 진통제 주사를 맞았다. 집으로 가서 5시간 정도 지나니

진통제 효력이 사라지면서 고통이 몰려왔다.

욱신거렸다

지금까지는 진통제가 있어 그나마 그정도였던거다.

 

 

 

OT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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